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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는 나날들(1일 1개 버리기)

민럽럽 2019. 2. 12. 13:44

 

버리는 나날들

 

1일 1개 버리기

 

미셰리 쓴  "1일 1개 버리기" 라는 책을 보면  '인생의 풍요는 물건의 양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제목 그대로 하루에 한 가지씩 버리는 연습을 통해 단촐한 삶을 영위하자는 지은이의 주장은 매혹적이였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걸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거나 적절히 사용하지 못할 때가 많다

불필요한 물건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 물건을 줄여 인생을 가볍게 살자는 외침, 심플 라이프는 제법 설득력이 있었다.

 

책을 다 읽자마자 당장 실천에 들어갔다. 첫날 버린 것을 유리컵 세 개였다.

더듬어 올라가니 8년 전에 사은품으로 받은 유리컵이였고, 한 번도 쓰지 않은 물건이였다

8년 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8년간 사용하지 앟을 확률이 높았다.

둘째 날은 유리병을 버렸다. 도대체 어디에 쓰려고 모아 놓은 것인지 나조차 모를 병들을 우르르

모아 말끔하게 처리했다.

 

그 다음 날은 옷을 정리했다. 그러나 '3년 동안 안 입은 옷은 무조건 처분한다'는 나의 결심은

금세 무너져 버렸다. 살이 빠지면 입겠다고 놔둔 옷, 한 번쯤 더 입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버리지 못했던 옷,

선물 받거나 특별한 날에 입었던 옷, 유행이 지나 입기 힘든 옷 등 버릴 것이 잔뜩이었지만 깊은 추억까지 버리는 것

같아 컵이나 유리병과 달리 쉽게 골라 내기가 어려웠다.

 

책에서는 '지금 어떤가'를 기준으로 생각하라 했다. '물건이 많아 청소하기 힘들거나 집안일에 효율이 떨어진다고

느끼면 과거나 미애레 휘둘리지 않고 즉시 처분'하라했지만 쉬운 일은 아니였다.

고민 끝ㅌ에 겨우 목이 늘어난 양말과 결혼 전에 입던, 이젠 허벅지에서 올라가지도 않는 청바지 두 벌과 도대체

아직까지 왜 갖고 있는지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미니스커트 세 장도 버렸다.

속이 시원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버리는 일에도 중독성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12월 31일엔 2018년 달력들을 버렸고, 1월 1일엔 마치 지난 세월을 버리듯 몇 년간 건전지를 넣지 않아

방치된 탁상시계를 버렸다. 한 해의 마무리를, 새해의 시작을 제법 잘한 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사실 가장 버리고 싶은 것들은 따로 있었다. 헛된 욕망이라던지  허영심, 자만과나태 ,

나잇값 못 하는 내 나이와 처진 뱃살 같은 거슬, 마음까지 비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텐데.

그러기에는 내공이 없으니 물건이라도 버리자는 계획은 새해 결심 중 하나로 충분했다.

 

그러나 사실 1 '1일 1개 버리기'에는 함정이 있었다. 그건 들어오는 것에 대한 전제가 설정되지 않았다는 점.

옷 다섯 벌을 버렸지만 중고책을 들였고, 냄비를 버렸지만 새해 맞이 접시 세트를 사들였다.

컵과 유리병 대신 텀블러를 샀다. 셈법에 어긋나는 버리기였지만 아무렴 어떨까 싶다.

마음을 비우지 못한다면 이렇게 물건이라도 버리며 산다는 자기 위안이 우리에겐 필요할 테니 말이다.

 

그래서 새해엔 더 열심히 버리면서 살 생각이다. 여러분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바다

 

- 출처 : 김이설 소설가